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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창업

청년 CEO의 무지성 사업 1편 (정부지원사업, 사업자등록, 외주개발)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업에 뛰어드는 청년이 있다.
취준을 하다가 힘이 빠져서, 인턴을 하다가 조직 시스템에 실망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혹은 단지 경험을 쌓기 위해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에 해당했으며, 25살에 막연하지만 부푼 희망을 품고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정부지원사업 합격


막상 사업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무자본이었던 나는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사업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당시에 성남 두런두런(Do Learn, Do Run)이라는 지원사업이 있었는데 6개월 동안 총 1,500만 원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공고를 보고 '설마 되겠어?'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는데 덜컥 돼버렸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정말 말 그대로 덜컥 되어버렸다..
훗날, 이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는데 관련 내용은 추후 '스타트업이면 꼭 알아야 하는 정부지원사업 총정리'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정부지원사업 수행을 위한 사업자 등록


예비창업자 신분으로 정부지원사업에 합격했기 때문에 합격하고 난 후 부랴부랴 사업자 등록을 했다.
사업자 등록은 관할 세무서에 가서 신청하면 얼마 걸리지 않아 완료된다.
세무서 갈 시간이 없다면 홈텍스에서도 신청이 가능한데 실제로 해보니 신청한 지 하루 뒤에 바로 승인이 되었다.

정부지원사업으로 외주개발 시작 (feat. 3가지 애로사항)


1. 지원 기간과 지원금에 맞춰서 외주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1,500만 원의 지원금으로는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이다 보니 플랫폼 개발비에 지원금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플랫폼 개발은 외주업체를 통해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자체 개발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개발자를 고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외주업체를 알아보니 한정된 기간과 금액에 맞춰줄 수 있는 외주업체는 거의 없었다. 외주업체를 알아본 지 일주일이 넘어가자, 외주업체 선정이 오래 걸리면 개발 기간이 짧아진다는 생각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행히 2년 차 외주개발업체와 협력을 하기로 했다.


2. 지원 기간 안에 지원금을 다 소모해야 한다

외주업체와의 미팅을 통한 개발 내용 공유를 마친 후 개발에 착수했다.
외주업체와 계약한 개발 기간이 임박했을 시기에 외주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기간산정 오류로 개발 기간을 2개월 연장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정부지원사업의 지원 기간이 1달 정도 남았기 때문에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돈을 선지급하고 개발을 맡겨야 하는 부담이 생기지만, 그렇다고 다른 선택지가 생각나지도 않았다. 난 제안을 받아들였고 1개월 뒤에 지원금 1,500만 원을 외주업체에 선지급하게 되었다.


3. 돈과 함께 권리도 같이 넘어갔다

그 후에 외주업체는 동일한 이유로 개발 기간 연장을 추가로 요청했고 난 결단을 내려야 했다. 개발 기간 연장을 수락하게 되면 내가 계획한 것들이 틀어지게 될 것이고, 수락하지 않는다면 6개월 동안 개발한 것을 다 버리고 다른 개발업체를 찾아 처음부터 개발해야 한다. 남아 있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건 기간연장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도 개발업체의 기간연장 요청은 계속되었고, 결국 기존에 4개월로 계약했던 개발은 1년 3개월이 걸려서 완료됐다.


물론 3번 내용은 의뢰인이 컨트롤만 잘하면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막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합리적인 결정보다 효과적인 결정이 더 좋아 보인다.

다음 편에서는 1년 3개월의 개발 기간 동안 창업경진대회와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 후기에 대해서 다루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