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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창업

[창업] 외주개발 맡겼다가 사업 망할뻔한 이유

 

난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하면 그 사람도 날 진심으로 대하는 줄 알았다. 처음 만난 사이라도 그 사람의 사정과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고 내가 맞춰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난 그게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주개발을 맡기고 일로 관련된 사이에 관계란 무의미하다는 것을 느꼈고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면 결국 나만 호구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부터 플랫폼 창업을 하는 경우, 외주개발을 맡기면 안 되는 이유를 주관적으로 포스팅해보겠다.

 

장점만 보고 단점은 보지 못했다

 

외주업체는 초기 스타트업이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하지만 맛있어 보이는 버섯일수록 독버섯일 가능성이 높다. 외주업체와 일해본 경험이 있어야 알 수 있는 단점 3가지를 공개하겠다.

 

1. 외주업체는 돈을 벌어야 한다

 

외주업체의 목표는 개발이 아니다.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개발자의 목표는 개발일 수 있겠지만 외주업체의 목표는 이다. 플랫폼 하나를 기획해 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지 알 것이다. 하지만 외주업체는 아주 간단한 스토리보드만 봐도 개발 가능성과 견적을 뽑는다.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 난 알지 못했다.

 

2. 나의 것처럼 개발해주겠지란 생각은 저 멀리 버려야 했다

 

아주 그럴싸하게 말한다. 자기들이 뭘 개발했고 얼마나 시간을 들였고 등등 본인의 일처럼 생각하고 만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mouth를 찢어버리고 싶다. 플랫폼 사업을 하는 사람은 플랫폼이 사업의 핵심이다. 플랫폼이 얼마나 잘 나오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하지만 외주업체는 정작 그 사업에 관심이 없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물고기를 맡기는 것이 낫다. 정말 많은 스타트업이 외주업체에 의해 사기를 당하고 사업을 접는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3. 실력 있는 외주업체라는 표현

 

아주 주관적이고 조심스러운 내용이다. 주관성 100%라고 미리 밝히겠다. 현재 대기업 개발자 초봉은 5,000~6,000만 원이다. 외주업체의 초봉은 3,000~3,600만 원이다. 실력 있는 개발자라면 어디를 가겠는가. 대기업에서 개발자를 한두 명 뽑는 것도 아닌데 실력 좋은 개발자가 외주업체를 갈 이유가 없다. 실력 있는 대표는 있을 수 있어도 실력 있는 외주업체는 있을 수 없다.

 

 

분명 갑인데 갑이 아니다

 

외주업체와의 계약서를 보면 의뢰인은 갑이고 전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되었다. 그렇다고 좋아할 필요는 없다. 외주업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 3가지를 소개하겠다.

 

1. 정부지원사업에 빠삭한 외주업체

 

대부분의 정부지원사업은 인건비를 지원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하기 위해 외주업체에 맡기게 되는데 문제는 외주업체는 이미 지원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으면 정해진 기간 내에 다 소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주업체를 구할 때 기간 안에 개발이 되는지 물어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Yes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정부에 개발 완료 보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고 지원금을 뱉어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이 다 안 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외주업체와 완료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후부터 갑과 을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잡은 물고기엔 밥 안 주는 법이다.

 

2. 개발이 안 되면 사업을 할 수 없다

 

외주업체와 일을 하면 선택할 수 없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창업을 하는 업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웹사이트, 앱이다. 자사에 유리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계약서를 안 지켰을 때의 피해는 우리 쪽이 더 크다. 개발될 때까지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돈을 지불했는데 계약 기간 안에 완료를 못 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다른 업체에 다시 돈 주고 맡길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개발한 업체에 완성할 때까지 기간을 연장해줄 것인가? 무엇을 하든 손해다. 심지어 기간을 연장하면 기간 연장됐다고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외주업체와 계약을 한 이상, 요구사항 다 들어주고 마무리해줄 때까지 끌려다니는 수밖에 없다.

 

3. 계약서는 외주업체에서 작성한다

 

외주업체가 계약 기간 내에 개발을 못 끝낸다면 페널티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보통 계약서에는 개발지연수수료에 대한 부분이 작성될 것이다. 지연됐을 때 그 기간만큼의 비용을 배상해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돈은 외주업체에서 안 준다고 하면 그만이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나는 변호사까지 만나고 왔다. 변호사는 이런 건이 빈번히 발생하며 고소를 해봤자 지연수수료를 받는 것보다 변호사 선임비, 자산조회 등 지출되는 돈이 더 크다고 한다. 계약서는 단지 종이 쪼가리일 뿐이었다.

 

 

간단한 스토리보드만으로 개발이 될 수 없는 이유

 

이 부분은 실제 외주개발을 맡기며 분노했던 내용을 담을 것이고 관심이 없다면 과감히 스킵하길 바란다. 나는 외주업체에 개발을 맡기기 위해 2달간 열심히 스토리보드와 와이어프레임을 제작했다. 다 짜고 보니 200쪽 분량의 ppt가 완성됐다. 개발에 필요한 내용은 최대한 자세히 짰고 개발 정책도 따로 엑셀 파일로 준비했다. 만나는 외주업체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스토리보드, 와이어프레임을 짠 기업은 처음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그게 외주업체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고 당연하다고 여겼다.

 

막상 개발을 시작해보니 열심히 제작한 내용은 무용지물이었다. 어차피 개발자는 제작해준 문서를 보며 개발하지 않는다. 참고는 하겠지만, 결국 전화로 "이거 맞냐?", "설명 가능하냐?" 물어본다. 심지어 담당 개발자가 다른 프로젝트도 같이 했기 때문에 내 플랫폼 개발은 새벽에 주로 했고 거의 매일 새벽 2시~3시 사이에 전화가 왔다. 난 하루라도 빨리 개발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잠도 안 자고 새벽마다 답해줬다. 1년 4개월을 그렇게 했다. 전화로 설명을 하다 보니 정확한 의사전달이 안 된 경우도 많았다. 매일 잠도 못 자면서 설명해줬는데, 이상하게 개발해 놓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다시 개발해달라고 요청하면 어제와 말이 다르다며 안된다고 하거나 수정에 대한 금액을 요구했다. 그 좋은 협업툴을 왜 이용 안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까먹고 설명을 안 한 부분에 대한 수정도 당연히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난 개발자라면 '뒤로 가기' 버튼을 클릭했을 때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웹 구현의 상식은 있는 줄 알았다. A라는 페이지에서 B로 이동했을 때 '뒤로 가기'를 누르면 A로 가지는 것은 상식이다. 난 당연히 아는 줄 알고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자가 뜬금없이 C로 보내게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는 미리 말했으면 반영했는데 말 안 했으니까 수정은 안 된다는 했다. 진짜 어이가 없고 너무 화가 났지만 내가 말 안 했으니까.. 내가 사소한 것까지 신경 안 썼으니까.. 라며 자책했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일까 외주 맡긴 지 1년 만에 탈모가 왔다.

 

외주개발자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아 대표님, 그거는 안 돼요"다. 분명 스토리보드와 와이어프레임에 작성된 내용인데 개발 못 한다고 한다. 분명 견적 뽑고 계약서 작성할 때만 해도 다 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었다. 이 내용을 개발자에게 말해줬더니 "계약은 저희 대표님이 했을 텐데 아마 개발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셨을 거예요"라고 해맑게 대답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있겠더라.. 외주업체에서 개발 못 한 부분은 나중에 자체 개발자를 고용해서 어렵지 않게 구현했다. 외주업체에 맡긴다고 다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것만 개발해주고 나머지는 따로 개발해야 하는 것이었다. 또한 외주개발자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인수인계할 때도 문제다. 외주업체를 통해 가장 잘 개발해봤자 나의 의도에 정확히 맞는 플랫폼이 나올 리 없다. 보완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외주업체가 시간 들여서 준비해줄 리가 없다. 인수인계는 그냥 없다고 보면 된다. 케바케긴 하지만, 나는 자체 개발자를 고용해서 웹사이트를 거의 새로 제작하고 있다. 인수인계 파일과 개발해 준 코드 자체가 너무 형편없어서 인수인계를 안 받아도 된다는 표현이 더 맞는지 모르겠다.

 

최초 4개월로 계약된 이 프로젝트는 이런저런 트러블로 인해 1년 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외주업체와 직접 일을 해보며 2가지는 확실히 느꼈다. 외주개발을 맡긴다고 절대 편해지지 않는다. 또한 돈 아끼려다 오히려 시간과 돈 다 잃을 수도 있다. 그 외 너무 많은 트러블이 있었지만 여기까지만 소개하겠다. 더 하다간 키보드를 부술 것 같다.

 

 

그럼에도 외주개발을 맡겨야 한다면

 

정말 어쩔 수 없이 외주개발을 맡겨야 한다면 간단한 플랫폼을 의뢰하길 추천한다. 플랫폼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구현할 수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외주 개발자의 실력이 안 좋다는 가정하에). 어려운 플랫폼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참고로 내가 의뢰한 플랫폼의 외주업체 평균 단가는 2018년 기준, 웹사이트 4,000만 원, 앱 1억 원이었다.

 

완성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는 것이 좋다. 만약 본인이 바쁘고 대충 어떻게 웹사이트가 있기만 하면 된다면 맡겨도 된다. 그 분야에는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플랫폼 개발에 진심이라면 외주개발은 포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포스팅에 소개한 업체 말고도 다른 외주업체와도 일해봤다. 조금 낫긴 했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외주를 맡겨야 한다면, 모든 회의 내용은 녹음하고 필요하다면 녹화하길 바란다. 증거자료를 남기지 않는 모든 책임은 나에게 돌아온다. 무조건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긴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녹화를 해~"라고 생각한다면 남은 방법은 운 좋게 좋은 외주업체를 만나는 것뿐이다.

 

 

마무리

 

직설적이고 좋지 않게 외주업체를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했다. 다만 난 내가 만난 외주업체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이고 이런 피해가 더 안 나오길 바란다. 모든 외주업체가 이렇다고 단정 짓고 싶진 않다. 분명 깨끗한 외주업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주개발을 좋다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른 개발 방법도 고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방법으로 개발하든 부디 그 플랫폼이 원하는 대로 개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 포스팅에는 스타트업 대표라면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협업툴에 대해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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