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길냥이가 있다.
올해 초 몹시 추운 날, 집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뭘 보냐는 눈빛으로 불쾌감을 마음껏 표하고 있는 길냥이다.
하루는 길냥이들이 추운 겨울에 먹이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곧바로 고양이 사료를 사서 길냥이가 발견된 곳 근처에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세팅을 해봤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걱정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밥을 먹을까? 아니면 의심하다가 도망갈까? 만약 길냥이가 사료를 먹지 않는다면 저 많은 사료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그러나 걱정과는 다르게 다른 길냥이가 와서 남김없이 다 먹고 도망갔다.
그 후에도 매일 사료를 챙겨줬고 길냥이는 의심을 하는 건지 식전기도를 하는 건지 항상 사료 앞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밥을 먹었다.
며칠이 지나자 밥 먹을 시간에 맞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다.
'
앞발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으로 여러 장 남기려고 했지만, 저 하얀색 선을 넘어가는 순간 도망쳐버렸다ㅠㅠ
하루는 사료를 주려고 갔더니 첫날에 봤던 길냥이와 처음 보는 길냥이가 있었다.
경계심이 아주 심해 멀리서 밖에 보지 못했지만, 매우 반가우면서도 지금 사 놓은 사료가 더 빨리 떨어지겠다는 생각에 추운 날씨에도 식은땀이 났다.
벌써 6개월째 사료를 주고 있지만, 아직도 만질 수는 없다.
원래부터 길냥이를 만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밥도 챙겨주고 물도 챙겨주는데 한 번도 못 만졌다는 게 분하기도 하고 나는 단지 밥만 주는 사람이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난 자연스레 집사의 길을 걷게 되었고 냥이들은 사료를 먹으며 쑥쑥 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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