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지하 CEO다.
약 2년 전, 사업을 하기 위해 자취방과 사무실을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을 구하러 다녔고 저렴한 곳을 중점적으로 물색했다. 그렇게 난 반지하에 살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반지하에 들어왔지만, 기분은 좋았다. 유명한 사업가의 사례를 보면 반지하, 차고 같이 협소하고 빈약한 공간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왠지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바퀴벌레와 바깥에서 지나가는 행인이 집 내부를 보고 지나가는 것 등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지금은 나름의 노하우가 쌓여서 벌레 퇴치제를 구비하고 에어캡으로 창문을 가리는 등 간단하게 문제점을 보완했다. 물론 부작용은 있다. 창문을 에어캡으로 가리니, 행인의 시선과 함께 햇빛까지 차단이 됐다.
나는 2가지 목표를 갖고 반지하에 들어왔다. 2년 뒤, 전세 계약이 끝날 때는 꼭 반지하에서 탈출해서 지상에서 사는 것과 그럴듯한 사무실을 갖는 것이다.
반지하에 입성한 지 1년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래도 반지하에 2년 더 살아야 할 것 같다. 반지하는 내 초심을 지켜주고 이제는 반지하에 적응도 끝나서 살만 하.. . 비록 목표는 못 이뤘지만, 이곳에서 나는 더 큰 꿈을 꾸게 되었고 2년 후에는 꼭 반지하를 탈출하겠다.
그럼 이만 집주인에게 연장 신청하러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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